정치 국회·정당·정책

“계엄 반대” 주장한 한덕수…法 “CCTV로 본 행동과 달라”

국무회의·계엄 직전 행동 분석해 진술 배척

단전·단수 논의 부인도 신빙성 인정 안 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왼쪽)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있다. 사진 제공=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왼쪽)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있다. 사진 제공=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법원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비상계엄 반대’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2024년 12월 3일 밤 대통령실 내부에서 실제로 벌어진 상황이 그의 설명과 근본적으로 어긋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판단의 핵심 근거로 제시된 것이 바로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1심 판결문에서 계엄 당일 대통령실 내부 상황을 담은 CCTV 영상을 토대로, 한 전 총리의 법정 진술 전반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영상에 나타난 인물들의 동선과 행동을 시간 단위로 대조하며, 주장과 실제 행위 사이의 간극을 짚었다.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구상을 접한 뒤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고, 국무회의라는 절차를 통해 대통령을 설득하려 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러한 설명을 뒷받침할 만한 적극적 행위는 영상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을 직접 만류하거나, 다른 국무위원들에게 반대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는 장면이 포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특히 주목한 대목은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의 상황이다. 당시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대통령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한 전 총리는 개입하거나 의견을 개진하지 않은 채 주변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에 그쳤다고 봤다. 최 전 부총리가 대통령 집무실로 이동해 설득을 이어갈 때도, 한 전 총리는 동행하거나 추가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 판결문에 적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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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 역시 재판부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됐다. 국무회의는 시작 직후 2분 만에 종료됐고, 회의 직후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위해 자리를 뜨는 과정에서 한 전 총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통령과 짧게 교신하는 장면이 CCTV에 담겼다. 재판부는 이를 계엄에 대한 문제 제기나 반대 의사 표시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국무회의 절차가 마무리됐다는 점을 확인·전달하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판단했다.

계엄 선포 이후의 행동 역시 한 전 총리 주장과 배치된다고 봤다. 최 전 부총리가 사후에 “왜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한 전 총리가 그제야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취지로 답한 장면을 두고 재판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리를 떠난 뒤에야 사후적으로 반대를 주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단전·단수 조치와 관련한 한 전 총리의 해명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전 총리는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과 해당 사안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계엄 선포 이후 이 전 장관이 관련 문건을 제시하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고 판결문은 적시했다. 더 나아가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이 손날을 내려치는 동작을 주고받는 장면에 대해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차단이나 중단을 의미하는 제스처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단전·단수 논의 맥락으로 해석했다.

수사 과정에서의 진술 번복 역시 불리하게 작용했다. 한 전 총리는 특검 조사에서는 포고령을 대통령 집무실에서 받은 것으로 인식했다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서는 추측에 따른 답변이었다며 입장을 바꿨다. 재판부는 특검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뒤, 오히려 해당 진술을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자료로 활용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사실관계를 종합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내란’으로 규정했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내란 목적 살인 사건과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내란죄에서 말하는 폭동은 유형력 행사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외포심을 조성하는 해악의 고지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전제했다. 그 기준에 비춰볼 때, 비상계엄 선포와 그 실행 과정은 폭동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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