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아파트 부정 청약, 부모 찬스 등 각종 의혹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이 후보자는 “개인적인 얘기까지 꺼내 가족들에게 죄송하다”며 감정적 호소로 해명에 나섰지만 청문위원들은 “납득할 수 없는 답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을 넘겨받게 된 청와대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 신청 당시 결혼한 아들을 ‘미혼’ 부양가족으로 포함한 것은 ‘아들 내외의 불화’가 원인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임이자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장은 “이 후보자가 원펜타스 자료를 안 낼 경우 ‘부부 사이가 안 좋아 떨어졌다가 다시 원만해졌다’는 답변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했는데 답변이 이래서 깜짝 놀랐다. 내가 예지력 있나”라고 비꼬았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남 부부가 불화로 결혼이 깨질 지경이었다고 말하는데 1년 반 만에 다시 사이가 회복됐나”라며 “원펜타스 청약 시 미혼인 자녀만 부양 가구에 인정된다. 사실상 불화 상태 등을 이용해서 청약을 신청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명백하게 불법이다. 이 집을 내놓으실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수사기관의 결과에 따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정수호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장은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의혹이 사실이라면 부정청약 소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보좌진을 향한 폭언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천 의원이 보좌진 갑질로 여성가족부 후보자직에서 자진 사퇴한 강선우 의원을 언급하며 “후보자와 비교해 누가 갑질이 심한가”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가 “제 불찰에 대해 사과한다”고 답하자 천 의원은 “강 후보자는 사퇴했는데 더 심각한 이 후보자는 왜 안 하는가”라고 몰아세웠다. 이 후보자는 “갑질 언론 보도 중에는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다”고 맞섰다.
청문위원들은 이 후보자의 세 아들을 둘러싼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 후보자는 장남이 ‘사회기여자전형’으로 연세대에 입학하고도 ‘다자녀전형’으로 입학했다고 인사청문회준비단에 답변한 경위를 묻는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17년 전이고 아들이 셋이라 그중에 누군지 기억하지 못했다. (다자녀전형은) 차남이었는데 차남과 헷갈린 것은 실수”라고 답했다.
최 의원은 “장남의 할아버지가 내무부 장관을 해서 훈장을 받은 게 우리나라의 국위를 선양했다고 할 수 있나”라며 “부정 입학을 그대로 자백하고 있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 후보자가 “제가 아닌 학교가 만든 규정”이라고 반박하자 최 의원은 “당시 후보자 남편은 연세대 교무부처장이다. 정상적으로 입학해야 할 누군가의 권리를 이 후보자의 장남이 강탈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재명 정부 내각 인사청문회 내내 불거졌던 ‘자료 미제출’ 시비도 반복됐다. 최 의원은 “이 후보자 측이 75%의 자료를 제출했다고 언론 플레이했는데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꼬집었고,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최초에 자료를 제대로 제출했다면 청문회가 미뤄지는 일도, 추가 자료를 요구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이 후보자가 모두발언에서 사용한 ‘외눈박이’ 표현에 대해 “한쪽 눈이 먼 사람들을 낮잡아서 하는 말”이라며 “이런 하나부터 후보자의 태도가 보이는 것”이라고 수정을 당부했다. 이 후보자는 “그 부분을 생각 못 했다. 수정하겠다”고 답변했다.
천 의원이 이 후보자가 작성했다고 주장한 ‘비망록’의 진위를 놓고도 공방이 펼쳐졌다. 이 후보자가 2017년 본인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무마한 정황, 무속인과 종교에 의지하는 내용, 낙선 의원 명단 작성과 낙선 기도 활동 등이 담긴 이른바 ‘이혜훈 비망록’이 존재한다는 의혹이다. 이 후보자는 “제3자가 짐작과 여러 가지 소문을 버무린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이 아닐 시 위증 처벌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에 천 의원이 ‘비망록을 공개해 국민 판단을 받자’고 제안하자 “제가 작성하지도 않은 것으로 인해 오해와 의혹을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거부했다.
이날 청문회에서의 소명에도 불구하고 야권이 일제히 이 후보자를 ‘부적격 인사’로 규정하면서 청문보고서의 ‘합의’ 채택은 물 건너간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의 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수 있지만 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국민 여론을 지켜본 뒤 임명 강행과 지명 철회 사이에서 최종적인 결단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