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철 지난 KLPGA 입문 규정

국내 여자골프에 유례없는 괴물이 나타났다. 17세 여고생 김효주다. 그는 4월 초청 선수로 출전한 국내 프로 대회에서 우승하더니 지난 10일 끝난 일본 프로 대회마저 제패해 버렸다. 역대 최연소 우승ㆍ최저타 기록 등으로 일본 골프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발 빠르게 김효주 잡기에 착수한 일본 측은 만 18세 제한 규정까지 풀어주면서 자국 투어 진출을 제안했다. 내달 6일까지 선수 등록을 할 경우 내년 시즌 풀시드(전대회 출전권)를 주겠다는 것이다. 프로 대회에서 우승하더라도 풀시드 획득을 위해 시드전을 거쳐야 하는 국내 규정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국내의 경우 4월 대회 우승으로 정회원 입회 자격을 준 게 전부다.


일본이 '특별 대우'를 내걸기 전까지 김효주의 계획은 간단했다. 9월 터키에서 열리는 세계아마추어팀선수권 뒤 시드전을 거쳐 국내 투어에 정식 데뷔한다는 것이었다. 김효주 측은 일단 내달 6일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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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방법은 하나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규정 손질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풀시드를 주느냐 마느냐에 앞서 2년 의무조항에 있다. KLPGA의 정회원이 될 경우 2년간 해외 진출을 할 수 없다는 의무조항이다. KLPGA는 우수한 국내 자원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2004년 이 조항을 만들었지만 도리어 국내 무대를 꺼리게 만드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김효주 이전을 돌아봐도 2년 의무조항은 김인경ㆍ김주연ㆍ김송희 등 수많은 특급 유망주들을 해외로 떠미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들은 KLPGA 정회원 입회를 고민하기 전인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 프로로 전향했다. 정회원 입회 뒤 일정 기간 자국 투어에서만 뛰어야 한다는 조항은 미국, 일본 등 해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국내 투어의 경쟁력도 8년 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장한데다 오히려 이 규정이 국내 투어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실전에서 검증된 선수에게 시드전을 치르게 할 명분도 없다.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는 김효주에게 선수 등록만 하면 바로 프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약속했다고 한다. 한창 상승세의 김효주로서는 뿌리치기 힘든 조건이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선택은 어디까지나 김효주의 몫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KLPGA의 철 지난 규정은 더 큰 비난이 쏟아지기 전에 하루빨리 손질돼야 한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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