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전의 외로운 유배생활 그려
'흑산도 하늘길' 한승원 지음/문이당 펴냄
다산 정약용의 형인 손암 정약전(1758~1816)은 그들 형제를 총애하던 정조가 세상을 뜬 뒤 1801년 신유사옥으로 전라도 신지도로 유배됐다.
이후 조카 사위인 황사영의 백서 사간으로 또 한차례 유배지를 옮겨 결국 흑산도에서 생을 마감한다.
오래 전부터 정약전의 유배지 생활을 소재로 한 소설에 관심을 가졌던 한승원씨는 지난 96년 8월에 고향인 전남 장흥에서 ‘해산토굴’이라 이름 붙인 집필실에서 칩거한 끝에 정약전의 유배 생활의 고독과 절망을 담은 소설을 내 놓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흑산도와 대흑산도의 유배 생활에서 어류 백과사전인 ‘자산어보’를 저술하고 유배지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정약전 16년 생을 조명하고 있다.
손암은 천주교를 신봉했다는 이유로 흑산도 유배된다. 뱃사람들 속에서 말 동무도 없이 외롭게 지내는 그가 외로움을 이기는 방법은 현지에서 얻은 첩이 담가 준 술을 마시는 일과 흑산도 근해의 어류와 패류에 대해 기록하는 길 뿐이었다.
유배 생활에서 풀려날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살지만 결국 그의 꿈은 파도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작가는 “이 소설은 토굴에 스스로를 가두고 생활했던 것은 정약용, 정약전 형제의 심정을 체험을 그대로 기록한 것”이라며 “여기에 내 삶의 모습도 그대로 투영돼 있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5-03-27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