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IMT-2000 실탄확보 악성루머 해소
LG전자와 필립스의 브라운관 합작은 의미가 크다.
우선 경영안정이다. LG는 이번에 유리한 협상력으로 합작기업을 세우면서도 11억달러를 유치했다.
이를통해 LG는 그동안 떠돌던 자금난과 관련된 각종 루머를 해소하면서 IMT-2000 등 미래 전략사업 추진을 위한 '실탄'을 확보하게 됐다.
LG전자는 지난 9월 LG정보통신의 합병으로 차입금이 지난해말 3조3,000억원에서 8조7,5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284%. 이를 연말까지 200% 이하로 떨어뜨리는 동시에 IMT-2000의 사업자인 'LG글로벌'의 최대주주(지분 50%)로서 투입될 자금(앞으로 2~3년간 최소 1조2,000억~1조3,000억원)을 마련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LG전자의 올해 매출은 14조9,000억원, 경상이익은 7,500억원 정도로 추산될 정도로 비교적 견실하다. 하지만 영업이익만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신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외자유치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LG전자 자금담당 권영수 상무는 "상환우선주가 들어오면 부채비율은 226%로 낮아진다"며 "4,000만 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여러경로를 통해 처분하면 200%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규모의 경쟁력을 확보,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힘을 확보하는 윈윈전략이라는 것도 의미가 크다. LG와 필립스는 합작사를 설립하면 컬러브라운관(CRT)의 세계 최대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현재 월 생산량(상반기 기준)은 필립스 310만대(세계 2위), LG전자 260만대(세계 4위)다. 둘이 합치면 세계 최대기업인 삼성SDI(430만대)보다 우위에 서게된다.
게다가 필립스는 브라운관 분야에서 기초 기술이 우수하고, LG전자는 생산 기술이 우수해 두 회사가 합작하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양측의 제휴가 단말기분야까지 확대된다면 LG-필립스 연합군은 삼성과 이번에 합작키로 한 브라운관을 비롯 이미 합작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TFT-LCD 등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서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하게됐다.
두 회사는 지난해 9월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합작 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이번에 브라운관까지 합작했다.
이는 앞으로 차세대 이동통신은 물론 PDP, 유기EL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에서도 손을 잡을게 확실하다는 점에서 세계시장의 영향력을 더 확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자홍 LG전자 부회장(오른쪽)과 필립스 제라르드 크라이스터리 회장이 합작서 설립을 위한 계약서에 서명한뒤 악수를 하고 있다.
/최형욱 기자입력시간 2000/11/28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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