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조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교역조건 악화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에 또 다른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ㆍ4분기 중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79.6으로 전분기보다 2.7% 하락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0년을 100으로 기준 한 이 지수는 2002년 2분기부터 기준치 이하로 떨어졌고 특히 지난해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추세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순상품교역조건은 수출 1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의 단위를 지수화한 것으로 지수가 100이면 우리상품 1개를 수출해 상품 1개를 수입할 수 있고, 100이하이면 수입물량이 이보다 적다는 것을 나타낸다. 79일 경우 우리상품 1개를 수출한 돈으로 0.79개 밖에 수입할 수 없다.
교역조건이 악화되면 수출의 수익성이 떨어져 수출을 해도 남는 게 없는 셈이며 결국 국부가 그만큼 유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쓰여질 수 있는 돈이 나라 밖으로 나가면 국내소비가 그만큼 줄어든다. 내수부진이 지금 경제침체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에서 교역조건이 나빠질수록 경기회복은 더뎌 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않다는 점이다. 교역조건 악화는 무엇보다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 상승에 기인하는데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게 지배적인 분석이기 때문이다.
사실 유가문제는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스스로 상황을 타개하는데 한계가 있다. 대체에너지 개발 등이 절실하지만 비용과 시간 등을 감안할 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원자재가 상승을 상쇄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는 게 급선무이며 이는 고부가가치제품으로 거는 승부가 가장 좋은 무기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기업들의 기술개발과 제품의 품질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도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가 더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