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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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늘 먹던 밥도 껄끄러울 때가 있고말고요. 살다가 목이 멜 때엔 국수를 드셔요. 후루룩 면발을 당길 때 시큰한 콧날도 속일 수 있지요. 얼큰한 양념장 탓인 양 눈시울 훔쳐도 그만이지요. 슬픔은 슬픔끼리 통해서 뒷모습만 봐도 눈치 채지만 국수를 먹을 땐 괜찮아요. 알아도 모른 척, 들켜도 아닌 척해도 돼요. 잔치국수 말고 얼큰한 칼국수로 드셔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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