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1일 ‘만우절’(April Fool’s Day)이 되면 외신은 전혀 터무니없거나 근거가 거의 없는 이야기들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며 독자들과 농담을 즐기곤 했다. 그러나 최근 외신에서는 이러한 농담성 기사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10년 전만 해도 해외 신문에 만우절 기사가 너무 많아서 이를 모아 별도의 묶음 기사로 보도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외국 신문들에서는 이같은 만우절 기사의 존재감이 사라진 지 오래다.
만우절용 방송의 시초는 19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그 해 만우절 스위스의 한 가족이 나무에서 스파게티 면을 수확한다는 이야기를 보도했다. 지금은 누가 들어도 농담임을 알 수 있지만, 스파게티가 주식이 아니었던 영국인 다수는 당시만 해도 이를 진짜라고 믿었다.
그러나 최근 외국에서는 만우절 기사가 한두 개쯤 올라 오는 게 전부다. 전문가 중 일부는 그 이유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부상에서 찾았다. 언론학자인 영국 카디프대 스튜어트 앨런 교수는 BBC와 인터뷰에서 SNS가 떠오르면서 언론과 독자 사이에 다른 성격의 관계가 생겨났다고 짚었다.
앨런 교수는 “우리는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의 시대에 빠져있다. 이런 시대에 편집자들은 신뢰 문제를 가장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NS가 떠오르면서 언론과 독자 사이에 다른 성격의 관계가 생겨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만우절 기사가 줄어드는 것은 전반적으로 뉴스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커진 시대상에 따른 것”이라며 “이런 시기에 저널리즘의 신뢰도를 갖고 장난치는 것은 해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 달라진 세계정세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뉴스 웹사이트 런던 센트릭 편집자 짐 워터슨은 “사실에 기반한 모든 것을 ‘가짜뉴스’라고 일축하면서 너무나 기뻐하는 세계 지도자들이 있다면, 왜 그들에게 문자 그대로 가짜뉴스라는 무기를 건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뉴스 소비자들이 SNS에서 뉴스를 접할 때 보도된 날짜에 얽매이지 않는 것도 만우절 기사의 인기가 시들해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종이신문으로 뉴스를 접할 땐 독자들은 신문 제일 위에 적힌 날짜에 보도가 이뤄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첫 보도가 나오고 며칠, 몇 달, 몇 년이 지나도 해당 온라인 뉴스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장 이후 AI 이미지와 실제의 구분이 어려워지고 사실을 밝히는 언론의 역할이 더 커진 시대에 만우절 기사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 셰필드대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는 비나 오그베보르 박사는 “만우절 기사가 독자를 화나게 할 수도,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우절 기사가 여전히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면서 언론이 만우절 기사를 게재하기로 했다면 매우 명백한 면책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