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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놓친 '빈 공간'에 집중… 日에 31번째 노벨상 안기다[2025 노벨상]

과거 아사히신문 인터뷰서 "쓸모없는 것의 쓸모 직감" 밝혀

202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3인 가운데 한 명인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교수가 8일 오사카 교토대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202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3인 가운데 한 명인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교수가 8일 오사카 교토대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2025년 노벨화학상의 영예는 금속 유기 골격체(Metal Organic Framework·MOF)라는 분자 구조를 개발한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교수, 리처드 롭슨 호주 멜버른대 교수, 오마르 M. 야기 미국 UC버클리대 교수 등 3인에 돌아갔다. 이 가운데 스스무 교수는 1990년대부터 금속이나 화합물 구조가 아닌 빈 공간, 즉 구멍의 ‘쓸모’에 천착해 연구를 해온 과학자로 알려져 있다.


“구조에 구멍이 뚫려 있네요” 학생 말에 ‘번뜩’


8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스스무 교수는 2013년 6월 이 신문과 인터뷰하며 그가 MOF 연구에 천착하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스스무 교수가 1990년대 일본 긴키대 조교수였던 시절, 그는 금속·유기물로 만들어진 화합물의 구조를 알아내려 컴퓨터를 통한 모델링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루는 컴퓨터가 작업을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 지루해 한 학생에 ‘화합물 구조를 종이에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했고, 이 학생은 ‘무한 구조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말을 남겼다. 순간 스스무 교수는 흥미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화합물 구조 본체가 아니라 구멍 쪽이 쓸모가 있을 것이라는 직감을 느낀 것이다. 이후 1996년, 스스무교수는 일본의 도시가스 사업자 오사카 가스의 제안으로 화합물 구조 구멍에 메탄 가스를 넣은 뒤 이를 빼내는 연구에 착수하게 되고 결국 성공을 거두게 된다. 스스무 교수는 “중국 고전 ‘장자(莊子)’에 ‘쓸모없는 것의 쓸모’라는 말이 있듯, 지금껏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구멍의 공간은 사실은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며 “구조에만 관심이 쏠리던 시대에 그곳에 주목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의미”라고 회고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날 MOF가 특수한 구조를 활용해 목표한 기체를 넣었다 뺄 수 있어 천연가스 저장이나 온실가스 분리 등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는 스스무 교수가 개발한 MOF를 기반으로 자국을 포함해 미국이나 유럽에서 실용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올해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기타가와 스스무 교수가 2011년 8월 일본 교토대에서 분자 구조를 설명하는 모습. EPA연합뉴스올해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기타가와 스스무 교수가 2011년 8월 일본 교토대에서 분자 구조를 설명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日, 10년만에 한해 2명 노벨상에 환호



올해 벌써 노벨상 수상자가 2명이나 나온 일본은 들썩이고 있다. NHK는 이날 노벨화학상 수상자 3명 중 1명이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특별교수라고 속보로 전하면서 "기쁜 소식"이라고 강조했다. NHK는 그러면서 지난해 원폭 피해자 단체인 '니혼히단쿄'(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가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지난 6일에는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특임교수가 생리의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고 소개했다. 이 매체는 일본 학자가 노벨화학상을 받는 것은 2019년 아사히카세이의 요시노 아키라 박사 이후 6년 만이며 9명째라고 덧붙였다. 또 기타가와 교수 수상 소식을 접한 교토대 학생들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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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통신은 기타가와 교수가 연구실 근처에서 취재진과 만나 "감사하다. 굉장하다"는 소감을 밝혔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 아사히, 닛케이 등 주요 일간지는 사카구치 교수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발표됐던 이달 6일과 마찬가지로 기타가와 교수의 노벨화학상 수상 관련 기사를 홈페이지 가장 위쪽에 배치했다.

닛케이는 기타가와 교수에 대해 "탁월한 통찰력과 직감을 통해 위업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일본에서 태어난 뒤 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 4명을 포함해 일본인 개인이 노벨상을 받는 것은 30번째다. 노벨상 수상 단체는 히단쿄 1곳이다. 외국 국적 취득자를 아우를 경우 한 해에 2명 이상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 것은 5번째로, 2015년 이후 10년 만이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을 분야별로 보면 물리학상 12명, 화학상 9명, 생리의학상 6명, 문학상 2명이다. 평화상은 개인 1명, 단체 1곳이다. 경제학상 수상자는 없다. 시대별로는 경제 고도성장 시기의 기초과학 투자가 본격적으로 열매를 맺은 2000년 이후 일본인 수상자가 급증했다. 2000∼2002년에는 일본 학자가 3년 연속 노벨화학상을 받았고, 2002년에는 화학상과 물리학상 수상자를 동시에 배출했다. 2008년에는 외국 국적 취득자 1명을 포함해 일본 학자 4명이 동시에 노벨상을 받았다.

남들은 쓸모없다 여긴 ‘구멍’에 천착… 日에 31번째 노벨상 안기다[2025 노벨상]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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