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로 누군가는 소위 스타 정치인이 됐으며 또 누군가는 사실상 정치적 은퇴 위기에 내몰렸다. 역사책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이번 사태는 정치권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흔적을 남겼고, 탄핵 사태와 헌법재판소 심판 과정에서 여권과 우파진영에서는 뜻밖의 새로운 인물들이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중순 경 원내 야권 주도로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가결 처리 이후 약 100여일 가량 진행된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이제 종국 선고 만을 남겨두게 됐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종결 이후 헌재가 38일만에 선고기일을 지정 표명하면서 이는 역대 최장 기록이 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심판 변론 종결 이후 헌재의 종국 선고에 이르기까지 총 14일이 소요됐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역시 동일 기점으로부터 11일 만에 종국 선고가 이루어졌다.
그에 비하면 윤 대통령의 경우 최장 기록인 셈이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혼잡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질서 유지와 경호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윤 대통령의 선고기일 불출석 사실을 알렸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TV로 탄핵 심판 선고 생중계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헌재에 직접 출석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 헌재의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면서 "무력으로 국민들을 향하여 억압하는 그런 계엄이 아니고 계엄이라는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강조했다. 즉, 거대 원내 야당의 원내에서의 횡포 등을 알리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었음을 주장했다.
최종 보직인 합참 작전본부장 퇴역 후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등학교 1년 선배인 인연으로 그의 대선후보 시절 국방·안보 분야 보좌를 담당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은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경호처장에 임명되어 경호 총괄 임무를 수행했다.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주도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나 이튿날 자신에 대한 야당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자 사의를 표명, 윤 대통령의 재가로 면직 처리돼 자진사임하였다. 이후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과 동시에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되었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28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해달라며 재차 구속 취소를 청구했으나 이번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계리 변호사는 주진우, 나경원, 윤상현, 장동혁, 김기현 등 여당 의원들이 기대 이하의 활동으로 지지층의 빈축을 산 가운데 활발하게 윤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고 옹위하는 모습을 보여 보수진영 전체의 환호를 받았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 가운데서는 홍일점 김 변호사가 전국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샛별처럼 떠올랐다. 김계리 변호사는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게 "시간을 끌지 말고 짧게 대답해 달라, 제 질문이 어렵나, 글자 그래도 읽었다"고 날카롭게 몰아세웠다. 또 문형배 헌법재판관에게도 강하게 항의하는 등 다소 공격적인 변론을 펼쳤고, 윤 대통령이 이를 직접 만류하는 모습이 중계돼 화제가 됐다. 김 변호사는 최후변론인 10차 변론에서는"(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담화문을 천천히 읽었다. 제가 임신·출산·육아를 하느라 몰랐던 더불어민주당이 저지른 패악을 확인하고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나눠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됐다. 저는 계몽됐다"고 말했다. 이후 ‘계몽됐다’는 말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정치에 입문할 경우 상당한 지지를 받아 여의도 입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 대통령 좋아했습니다. 시키는 거 다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명단을 보니까 그거는 안 되겠더라고요"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회의록 중에서 안규백 위원장의 질의에 대한 홍장원의 답변이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국회 진술은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평생을 군과 국정원에서 보낸 사람의 입에서 저런 발언이 나온 것이 충격이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벌어져서는 안될 일”이라는 일갈은 원래 야당 시민사회 재야의 몫이었다. 그런데 국정원에서도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신념인 사람이 있구나 하는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된 것이다.
한국사 일타강사로 유명한 전한길 강사는 '쌍권 위에 쌍전'으로 불린다. '쌍권'은 국민의힘 권영세·원내대표 권성동을, '쌍전'은 광화문 탄핵반대 집회를 총괄적으로 이끌고 있는 전광훈 목사와 전한길 강사를 가리킨다. 연봉 66억원을 포기하고 가족들이 눈물로 만류하는 데도 불구하고 ‘윤석열 구하기’에 몸을 던진 그는 보수 시위 군중을 불타오르게 했다. 그는 온 몸을 던지는 열정적인 목소리, 해방전후사 등 해박한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강한 내용으로 군중을 사로잡았다. 앞으로 정계에 나간다면 성공이 보장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정치인 변신에 대해서 강하게 부인한다.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도 탄핵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이렇다 할 인상적인 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역풍을 맞을 위험을 무릅쓰고 윤 대통령 지원에 나서 우파 시민들과 호흡을 같이했다.
미디어가 만든 계엄 스타들도 빼놓을 수 없다. 계엄군을 맨몸으로 상대한 안귀령 민주당 대변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조회수 160만 회를 찍었다. 온갖 무장을 하고 국회 경내로 진입한 계엄군들을 상대로 "부끄럽지도 않나"라며 호통치면서 그의 총을 붙잡는 모습은 전 세계가 집중하기도 했다. 영국의 BBC는 안귀령 대변인을 직접 인터뷰했고, 그는"머리로 따지거나 이성적으로 계산할 생각없이 '일단 막아야 된다, 막지 못하면 다음은 없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어준 씨는 평소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진보 성향을 드러내며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한 독설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계엄 선포 이후 실제 계엄군 체포조가 김어준 씨의 자택으로 출동했고, 김어준 씨는 모처로 피신했으며 이 때문에 다음 날 오전 진행 예정이었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불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