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통상전쟁 한창인데 '경제 수장' 탄핵…통상전략 '시계제로' [Pick코노미]

한미 관세협상 본격화 시기에

민주당 주도의 탄핵 소추 상정

최상목 경제 부총리 사의 표명

정치가 또다시 경제를 흔들어

13.8조 추경안은 국회 통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표결 전 발언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표결 전 발언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간 통상 협상이 본격화한 민감한 시기에 정부 경제 라인에 공백 사태가 발생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지난 1일 대선 출마를 위해 사의를 밝힌 데 이어 권한대행직을 이어 받을 예정이었던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마저 사의를 표명했다. 미국의 통상 압박에 맞서 정교한 전략 수립이 요구되는 시점에 정치가 또다시 경제의 발목을 잡으면서 우리 정부가 통상 협상의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 경제부총리는 이날 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상정되기 직전 한 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오후 10시28분 사표가 수리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탄핵안 상정 전에 사의를 표명했고, 한 총리가 수리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사표가 수리된 직후 내놓은 입장문에서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없게 돼 사퇴하게 된 점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시기다. 미국과의 통상 협상이 중대 분수령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경제 수장의 공백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에서 양국은 △관세 △투자 △경제안보 △환율 등 네 가지 핵심 의제를 놓고 협상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조만간 실무 의제 조율과 세부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그러나 협상을 총괄할 경제 수장이 잇따라 자리를 비우면서 전략 수립과 의제 조율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최 부총리의 사퇴로 대선 전까지 대통령 권한대행과 경제부총리 직무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맡게 된다. 한 대행은 이날 밤 최 경제부총리 사임안을 재가한 뒤 이 사회부총리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만나 “어떠한 경우에도 정부가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안정된 국정운영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교육정책을 총괄해온 이 사회부총리가 대미 통상 협상 뿐 아니라 환율 협상, 거시경제 전략 등을 주도적으로 조율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최근 환율 정책이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핵심 의제로 부상하면서 경제 수장의 공백은 뼈아플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정부안 12.2조서 1.6조 증액…지역화폐는 1조→4000억 반토막


박찬대(왼쪽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권성동(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경안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권 원내대표, 박 원내대표, 박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박찬대(왼쪽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권성동(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경안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권 원내대표, 박 원내대표, 박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기존 정부안에서 1조6000억원 증액된 13조 8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이 통과됐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둘러싸고 대립을 이어오던 국회가 1일 예산 1조 6000억 원 증액에 합의한 배경에는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깔려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2%를 기록한 상황에서 경기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인식을 같이했다는 것이다.



먼저 이번 추경안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이 4000억 원 반영됐다. 앞서 지난달 28일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1조 원 증액안을 단독 의결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여기서 6000억 원이 감액됐다. 향후 상품권 발행 규모는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정해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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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는 양당이 팽팽히 맞서온 예산 사업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지역화폐 사업이 재정 승수효과가 낮다며 반대해왔다. 승수효과는 정부 지출이 1원 늘어날 때 국내총생산

역성장 쇼크에 놀란 국회…'건설경기 활성화' SOC도 8000억 늘려




경기 부양 효과가 큰 SOC 예산도 8000억 원 증액됐다. 이를 통해 임대주택과 도로·철도 등 경기 부양을 위한 인프라 투자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다만 올해 본예산이 감액 통과되는 과정에서 이른바 ‘쪽지 예산’들이 상당수 반영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지역 민원성 예산이 SOC 예산에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추경 편성의 단초가 된 산불 피해 복구와 민생 지원 예산도 증액됐다. 구체적으로 산불 피해 복구 예산은 2538억 원이 증액됐다. 대학 등록금 인상 부담 완화를 위한 국가장학금 지원 예산도 1157억 원 늘었다.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한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예산은 1000억 원 증액됐다. 기존 정부안을 포함하면 1700억 원이 포함됐다.

지난해 민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본예산에서 전액 삭감됐던 법무부 소관 검찰 특정업무경비 507억 원과 감사원 특경비 45억 원은 복원됐다. 여름철 수해 복구 예산 300억 원, 딥페이크와 마약 등 민생 범죄 대응 예산 107억 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지원 예산 101억 원 등도 반영됐다.

미중 관세전쟁 대응을 위한 산업계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에 재정을 지원해 특별 자금 25조 4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1조 5000억 원을 투입해 연내 최신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장을 확보하는 등 인공지능(AI) 산업 인프라 확보에도 나설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추경 편성이 지나치게 지연돼 경기 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1분기 성장률이 당초 한국은행 전망치 대비 0.4%포인트 낮아지면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민우 기자·박신원 기자·김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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