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尹에 골머리 앓는 국힘, '김건희 사과'로 절연 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을 마친 뒤 영화를 제작한 이영돈 PD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을 마친 뒤 영화를 제작한 이영돈 PD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종잡을 수 없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행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탈당을 기점으로 대선 무대에서 퇴장하는 듯했지만 느닷없이 부정선거 영화 관람에 나서는 등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로 선거 전략을 꼬이게 만들고 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때”라고 비판하는 한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일체 의혹에 사과하며 윤 전 대통령과 부부와 절연을 시도했다.



윤 전 대통령은 21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영화관을 찾아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이 영화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내용으로 한국사 강사 출신의 전한길 씨와 이영돈 PD가 제작 및 기획에 참여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영화 관람 뒤 “좋았어요”라는 소감을 남겼다. 특히 이 PD에게는 “다른 것보다 컴퓨터나 전자기기 없이 대만식이나 독일이 하는 투명한 방식으로 선거가 치러져야 할 것 같다”는 말도 남겼다고 한다.



국민의힘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선이 2주가 채 남지 않은 민감한 시점, 아스팔트 지지층만이 열광하는 ‘부정선거론 띄우기’가 중도 확장을 제약하며 김문수 후보의 지지 기반을 더욱 왜소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지난 17일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계기로 쇄신 기조를 앞세우며 ‘김문수 대 이재명’ 구도 확립에 안간힘 써왔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재등판으로 인해 선거 전략이 꼬이며 유권자들의 ‘윤석열 정권 심판론’ 심리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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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손잡으면 안 된다”며 “국민의힘이 자멸하는 지름길”이라고 반발했다.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제발 윤석열, 다시 구속해 주세요”라며 “재구속만이 답”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모바일 단체대화방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자중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문제에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문제에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전 대통령은 탈당해 당과 관계없는 분”이라며 의미를 축소하면서 거리를 뒀다. 김 비대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 계엄이라는 충격을 주셨다”며 “공개 활동을 하실 게 아니라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때”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별도 기자회견도 열어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일체의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과거 행위에 대한 국민 우려를 헤아리지 못한 점을 정중히 사과한다”며 “깊이 반성하며 근본적으로 변화하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3년 내내 언급이 금기시됐던 김 여사 언행의 부주의함을 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를 청산하라는 당내 요구를 수용해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새 국면으로 나아가겠다는 지도부의 결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절연하겠다는 지도부 차원의 의지 표현”이라며 “김 후보와 김 위원장이 각각 보수층,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한 역할 분담을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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