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시장마저 무너뜨린 '마트 대못' 13년

[잘못된 법, 산업 어떻게 망쳤나]

남대문시장 등 생존율 53%로 뚝

유통법에 오프라인 상권 붕괴중

마트도 점포수 줄어 일자리 타격


25일 대구 전통시장인 동구시장. 불 꺼진 미용실 간판 아래 ‘점포 임대’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 있다. 미용실 옆 육개장을 파는 식당 역시 보증금, 월세 금액을 알려주는 안내문만 부착돼 있다. 그 옆의 의류 가게는 ‘점포 정리, 폭탄 세일’이 한창이지만 방문하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동구시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인근 대형마트도 한산하기는 매한가지다. 2년 전 대구시가 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제를 매월 두 번째, 네 번째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전환해 한숨을 돌렸으나 효과는 미미하다. 규제와 상관없이 오프라인 상권은 공멸하는 모습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이 13년째 시행 중이지만 규제 효과는 시장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남대문시장·방산종합시장 등 서울 중구에 있는 전통시장의 점포 수는 지난해 말 1만 6161개로 2019년(1만 7407개) 대비 1246개(7.2%)나 감소했다. 5년 생존율은 같은 기간 60.9%에서 53.7%로 낮아졌다. 올해 1분기 기준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점포 수도 370개로 법 시행 직후(2013년) 대비 13개 줄었다. 홈플러스 직원 수는 팬데믹 이전 2만 3000명에서 지난해 상반기 2만 명으로 3000명 감소했다. 전통시장을 위협하는 존재를 대형마트로 규정하고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법의 취지였지만, 결국 승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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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전자상거래(e커머스), 식자재 마트 등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누리며 급성장했다. 대표 e커머스인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41조 원으로 대형마트 규제가 시작된 2013년 대비 86배 급증했다.

반면 미국·유럽의 대형마트들은 e커머스가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미소매업협회(NRF)가 발표한 ‘2025 글로벌 리테일 기업 순위’에는 코스트코 등 오프라인 기업이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2007년 아마존의 식료품 배송이 시작된 후 ‘월마트의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를 듣던 월마트도 여전히 승승장구 중이다. 다양한 물류 실험을 통해 광활한 미국 땅에서 ‘당일 배송’ 시스템까지 구축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측면도 있는데 유통법은 이런 점이 고려되지 않은 규제”라며 “전체 유통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대형마트 의무 휴업과 같은 규제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구=김지영 기자·송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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