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동십자각] 한일 관계, 국익 바탕 개선 해야

임진혁 산업부 차장


최근 일본 경제계와 접촉한 국내 기업인은 이재명 대통령의 반일 감정에 대한 일본의 우려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앞서 이 대통령이 과거사 이슈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등과 관련해 강도 높은 비판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 잔의 물컵’을 내세워 일본에 먼저 손을 내민 윤석열 정부와 견줘 걱정을 키웠을 법도 하다.

그러나 한일 관계 개선에 찬물을 끼얹는 건 항상 일본이었다. 지난해 일본은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며 한국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내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들에게 지급할 배상금을 일본이 아닌 제3자가 변제하도록 했지만 일본 정부 차원의 진심 어린 사과는 없었다.

결국 향후 5년간 한일 관계는 이 대통령이 아닌 일본에 달린 셈이다. 다만 일본의 자세가 단시간 내 바뀔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취임사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강조하며 한미일 협력을 다지겠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이제는 대통령으로서 국익에 입각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 과거사와 별개로 경제·안보에 따라 실리가 크다면 과감한 결단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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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차원에서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강조한 유럽연합(EU)식 ‘한일 경제공동체’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 회장은 양국이 손잡을 때 더 큰 성장을 도모할 수 있고 저출생·고령화 같은 공통 숙제도 해결이 수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주도 제조업이 이끄는 한국형 성장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만큼 저성장을 극복하려면 이 같은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절박함도 담겼다.

사실 한일 양국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지난해 1200만 명 넘게 왕래했고 유럽의 솅겐조약처럼 여권 없이 오갈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상호 민감한 국민 정서는 극복할 과제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지속 성장을 위해 발전 전략을 대전환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 말처럼 경제와 민생에 도움이 된다면 최 회장의 파격적 아이디어를 구체화해보는 건 어떨까.

물론 과거사를 그저 덮을 수는 없다. 다만 광복 이후 80년간 그랬듯 일본에 당위적 태도만 요구해서는 진전은 없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굴욕 외교’라는 비판에도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 황금색 골프채를 싸 들고 달려갔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원자폭탄 두 발을 떨어뜨린 나라다. 결국 국가를 움직이는 건 명분이 아닌 힘이다.

이 대통령 앞에는 국력 신장이라는 숙명이 놓여 있다. 한일 관계 방향도 국익과 국력이 기준이다. 지금은 우리가 실리에 따라 움직이겠지만 다음에는 그들이 실리를 찾아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

임진혁 산업부 차장임진혁 산업부 차장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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