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조치를 연장하는 법안이 미 상원을 통과하면서 채권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채 공급 확대 우려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리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국채 선물 시장에서 대규모 매수에 나섰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30일 10년물 국채선물을 1조6548억 원, 3년물은 1조5354억 원 규모로 각각 순매수했다. 이달 1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을 통과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One Big Beautiful Bill)’을 앞두고 국채 가격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채 선물 시장에서 매수 포지션은 국채 가격이 상승할 때 수익이 나는 구조다. 국채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는 투자자들이 향후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 국채는 미국 국채와 연동성이 높은 만큼, 미국 채권 시장의 변화는 국내 시장에도 즉각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 상원을 통과한 OBBB 법안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인 2017년에 시행돼 올해 말 종료 예정이던 감세 조치를 10년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 소득세율과 법인 최고세율 인하, 표준소득공제 및 자녀세액공제 확대 등의 조치가 포함됐으며, 여기에 초과근무 수당 면세, 신생아 대상 1000달러 예금 계좌, 고령자 공제 신설 등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일부도 반영됐다.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면서, 하원 통과 당시 2조 4000억 달러로 추산되던 미국 정부의 10년간 누적 재정 적자는 3조 3000억 달러로 약 9000억 달러 늘어났다. 부채 한도도 5조 달러까지 확대됐으며, 이미 발생한 채무의 상환을 위해 정부가 추가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재정 적자 확대는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공급 확대에 따른 국채 가격 하락(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더 주목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월가에서는 연준이 올해 2~3차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일 “관세 효과 둔화와 노동시장 약화를 반영해 올해 9월, 10월, 12월에 각각 0.25%씩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씨티은행과 웰스파고 역시 올해 총 0.75%포인트(p) 인하를, JP모건은 연내 2회 인하를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