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대출 규제가 나온 직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이 소폭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자금 마련에 차질이 생기면서 강남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 영등포구가 집계 이래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일부 지역이 급등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 효과가 본격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한국부동산원이 3일 발표한 6월 다섯째 주(30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매매가격은 0.40%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22주 연속 상승했지만 지난주(0.43%)보다 상승 폭이 소폭 하락했다.
△강남구(0.84%→0.73%) △서초구(0.77%→0.65%) △송파구(0.88%→0.75%) 등 강남 3구와 용산구(0.74%→0.58%) 모두 상승 폭이 축소됐다. △마포구(0.98%→0.85%) △성동구(0.99%→0.89%) △강동구(0.74%→0.62%) △광진구(0.59%→0.49%) △동작구(0.53%→0.39%) 등 한강변 주요 자치구들도 오름 폭이 줄었다.
정부가 6월 27일 △수도권·규제 지역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 6억 원 제한 △다주택자 신규 주담대 금지 △주담대 이용 때 6개월 이내 전입 의무를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놓은 직후 강남권과 한강변의 급등세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규제가 시행된 28일부터 현금이 부족한 대기자들이 매수를 포기하거나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대출 규제 시행되면서 6월 집중됐던 ‘막차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도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부동산원의 한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단지 및 주요 단지 등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선호지역 내 매수문의 감소하면서 서울 전체 상승 폭이 소폭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규제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인 만큼 추가적인 상승세를 보인 지역도 나왔다. 영등포구는 0.48%에서 0.66%로 상승 폭이 커지면서 2012년 5월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양천구(0.47%→0.60%)도 2019년 12월 셋째 주 이후 5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경기에서는 과천시(0.47→0.98%)가 2018년 9월 둘째 주(1.22%) 이후, 성남시(0.49%→0.84%)는 2018년 1월 다섯째 주(1.00%)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재명 정부의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 여의도·목동 재건축 등 정비사업 기대감이 큰 지역들이어서 대출 규제 영향을 덜 받았다는 평가다.
서울 외곽 지역은 소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종로구(0.21%→0.24%) △동대문구(0.07%→0.18%) △서대문구(0.16%→0.22%) △노원구(0.12%→0.17%) △도봉구(0.06%→0.08%) △금천구(0.06%→0.08%) 등에서 상승 폭이 확대됐다. 강남권과 한강변 오름폭이 줄기는 했지만 경기(0.05%→0.09%) 등 인접 지역이 뛰면서 수도권(0.16%→0.17%), 전국(0.06%→0.07%)은 상승 폭 확대를 기록했다.
정부가 역대급 대출 규제를 꺼내 든 만큼 집값 급등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 부동산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조사가 6월 24일~30일에 이뤄진 만큼 대출 규제의 영향이 일부만 반영됐기 때문이다.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주(0.02%) 대비 오름폭이 유지됐다. 수도권은 0.04%에서 0.05%로 소폭 올랐고 서울은 0.09%에서 0.07%로 상승 폭이 줄어들었다. 지방은 전주와 동일하게 0.01% 하락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꺼내 든 데다 정책 대출 등 우회로까지 차단했기 때문에 지속적인 상승세는 어렵다”며 “다만 일부 지역은 정비사업 기대감에 상승세가 이어지는 만큼 본격적인 흐름을 확인하기까지는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