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AI로 데이터학습 앞선 日…로봇이 잘 익은 피망 수확 '척척'

[파마겟돈이 온다] <1> 농촌 고령화 손놓은 韓

일본 스타트업 '아그리스트'가 개발

중량·크기·개수 입력하면 자동수확

고령화 농촌서 부족한 일손 해결사

지역주민·공무원·기업 협력의 산물

로봇 단가 인하·활용도 제고는 과제

인공지능(AI) 수확 로봇 스타트업인 ‘아그리스트(AGRIST)’의 피망 수확 로봇이 비닐하우스에서 스스로 피망을 수확하고 있다. 사진 제공=아그리스트인공지능(AI) 수확 로봇 스타트업인 ‘아그리스트(AGRIST)’의 피망 수확 로봇이 비닐하우스에서 스스로 피망을 수확하고 있다. 사진 제공=아그리스트




지난달 25일 일본 도쿄에서 남서쪽으로 850㎞가량 떨어진 미야자키현의 작은 마을인 신토미초를 방문했다. 농업과 어업 등 1차 산업이 주산업인 이 지역에서 차를 타고 논밭 사이를 한참 달리자 비닐하우스 농장이 나타났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비닐하우스지만 이곳은 일본의 인공지능(AI) 수확 로봇 스타트업인 ‘아그리스트(AGRIST)’가 직접 관리하는 농장이다.



비가 내리고 기온이 32도에 육박한 후덥지근한 날씨로 인해 비닐하우스 안 온도는 체감온도 40도에 달했다. 안에 들어선 지 5분 만에 땀이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이 하우스 안에서는 인간 대신 AI 로봇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적당히 익은 피망을 찾아 바구니에 담는 로봇의 소리만 울려 퍼졌다. 하타 히로키 아그리스트 대표이사는 “사람은 휴대폰과 컴퓨터에 설치된 제어 시스템을 통해 수확하고자 하는 피망의 중량·크기·개수 등을 설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AI 수확 로봇 스타트업인 아그리스트(AGRIST)의 하타 히로키 대표이사가 지난달 25일 일본 미야자키현 아그리스트 사무실에서 피망 수확 로봇의 카메라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신원 기자AI 수확 로봇 스타트업인 아그리스트(AGRIST)의 하타 히로키 대표이사가 지난달 25일 일본 미야자키현 아그리스트 사무실에서 피망 수확 로봇의 카메라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신원 기자


수확 로봇은 집게 위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피망의 색깔과 크기를 인식하고 수확해도 되는 개체인지 구분한다. 수확이 가능한 정도로 완전히 익은 피망을 찾으면 가위처럼 생긴 도구로 집어 나무에서 잘라낸 뒤 로봇 하단에 달린 바구니에 담는다. 하타 대표이사는 “공장과 달리 농업 현장은 열매의 모양과 색부터 주변 환경도 제각각이라 데이터를 학습 시키기가 훨씬 더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AI 모델의 핵심이 데이터 학습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다른 경쟁 업체들과 몇 년 이상의 경쟁력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현재 피망과 오이 수확에 활용되고 있는 이 로봇은 가고시마현, 이바라키현 등 일본 내 6개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로봇별로 인간 1명의 노동력과 비교할 때 피망 20%, 오이 40%를 대체하고 있다. 아그리스트는 이 생산성을 3년 내에 50%까지 끌어올려 사람 한 명이 두 명의 일을 수행할 수 있게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하타 대표이사는 “기계가 할 수 있는 일과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다른 만큼 현재로서는 인간과 공존하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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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 코야 ‘뉴 아그리 베이스’ 이사가 지난달 25일 일본 규슈 미야자키현의 스마트농업추진단지에서 실증 중인 유기농 비료 수경재배 토마토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신원 기자이키 코야 ‘뉴 아그리 베이스’ 이사가 지난달 25일 일본 규슈 미야자키현의 스마트농업추진단지에서 실증 중인 유기농 비료 수경재배 토마토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신원 기자


아그리스트는 농촌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2019년 신토미초의 한 농민이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대안으로 스마트농업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것이 수확 로봇 개발의 발단이 됐다. 여기에 일본 자치단체가 공감해 공무원 파견 및 투자 지원을 하면서 지금의 스마트농업 단지가 탄생했다. 신토미초 소속의 공무원으로 농업단지에서 일하고 있는 이키 코야 업무집행이사는 “신토미초의 농업 종사자들이 모두 농촌 고령화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며 “노동력이 필요해도 사람이 모이지 않으니 언젠가는 로봇을 써야 하지 않겠냐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신토미초에서는 AI로봇 외에도 다양한 스마트농업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신토미초의 또 다른 비닐하우스 단지에서는 유기농 비료를 활용한 토마토 수경재배 농법을 실험 중이다. 현장 연구원들은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는 유기농 비료를 활용해 화학비료로 키운 토마토에 견줄 만한 수확량을 달성할 수 있도록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토마토는 지역 직판장에서 판매된다. 이날 찾은 직판장에서는 평일 오후 3시께 장을 보기에는 애매한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러 온 많은 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

스마트농업 연구단지에서 생산한 방울토마토가 지난달 25일 신토미초의 지역 직판장에 진열돼 있다. 사진=박신원 기자스마트농업 연구단지에서 생산한 방울토마토가 지난달 25일 신토미초의 지역 직판장에 진열돼 있다. 사진=박신원 기자


다만 아직 과제도 남아 있다. 우선 로봇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수확 로봇 1대당 가격은 600만~800만 엔으로 정부 지원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구매하기 힘든 가격이다. 현재 일본 국내에서만 판매되고 있어 대량생산이 힘든 점도 판매 단가를 낮추기 어려운 요인이다. 아그리스트는 한국 등 해외와 협력해 시장을 넓혀가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고령화된 농촌 현장에 로봇을 보급하는 것도 난관이다. 대부분의 농민들이 노인인 만큼 기계를 실제로 보고 사용법을 배워도 현장에서 사용하면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농업 분야 AI 인재 부족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하타 대표이사는 “일본에서도 인재 부족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며 “아직 농업고교에서도 AI 로봇에 대해 가르치지는 않고 있어 개발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큰 문제 중에 하나”라고 토로했다.


미야자키=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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