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멕시코와 자국 남부 텍사스 상공에 수십 억 마리의 파리를 항공기로 살포할 계획이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은 미국 정부가 '뉴월드 나사벌레 파리' 유충 퇴치를 위해 방사능으로 불임 처리한 수컷 파리를 야생에 방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뉴월드 나사벌레 파리는 살아 있는 동물의 상처나 점막에 알을 낳고 부화한 유충은 숙주의 조직을 파 먹으며 성장한다. 이 해충은 미국 축산업, 특히 소 산업에 큰 위협이 된다. 마이클 베일리 미국수의학협회 회장 당선인은 "450kg 무게의 소가 2주일 안에 죽을 수 있다"고 밝혔다. 드물지만 사람에게도 기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에 미국 농무부(USDA)는 방사능으로 불임 처리한 수컷 파리를 대량 번식시켜 야생에 방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불임 수컷은 암컷과 교미하더라도 알이 부화하지 않는다. 암컷은 평생 한 번만 교미하기 때문에 개체 수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방식이다.
이 방법은 화학 살충제보다 효과적이고 환경에도 더 친화적이다. 미국과 멕시코는 1962년부터 1975년까지 같은 방식으로 총 940억 마리의 불임 파리를 방사해 박멸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멕시코 남부에서 나사벌레 파리가 다시 발견되면서 USDA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나사벌레 파리는 열대성 종으로 미국 중서부나 대평원의 겨울을 버티지 못한다. 하지만 최근 북상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미국은 5월부터 멕시코산 소, 말, 들소 등의 수입을 일시 중단했다. 해당 조치는 최소 9월 중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USDA는 오는 2026년 7월까지 멕시코 남부에 파리 번식 공장을 신설하고 올해 말까지 텍사스에 유통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현재 파나마 공장에서 주당 최대 1억1700만 마리를 생산하고 있지만 미국은 주당 4억 마리 이상의 생산 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멕시코 공장 개조에 2100만달러(약 2286억원), 텍사스 시설 건립에 850만달러(약 116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불임 파리는 항공기에서 '위즈패커'라는 상자에 담아 공중 투하하는 방식으로 방사된다. 다만 투하 작업 중 사고 위험도 있다. 지난달 멕시코-과테말라 국경 인근에서 방사 임무를 수행하던 항공기가 추락해 3명이 숨지기도 했다.
에드윈 버지스 플로리다대 교수는 "이 프로그램은 과학이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한 가장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라며 박멸에 성공하더라도 관련 시설을 폐쇄하지 말고 장기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