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장 설계요? 수정, 수정, 수정의 반복이지만 여전히 재밌는걸요”

서울경제 한국 10대 골프장 선정위원 인터뷰

코스 설계하는 김병국 피나클골프디자인 대표

부지 타당성·개발 컨설팅·인허가 등 사업 전개

“골프장 선정위원 활동에 진심…삶의 활력소”





“국내 산악지형 골프장 기준으로 통상 18홀은 30만 평, 27홀은 45만 평 정도의 부지가 필요한데, 설계를 할 때는 1대1200 축척 도면에 그려요. 원지형을 항공측량 해서 설계 베이스로 사용하는데 실제 지형을 축소해서 홀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그리면서 조형도면을 만들어야 하니 눈도 아프고 시간도 정말 오래 걸리죠. 그런데 저는 여전히 이 일이 너무 즐겁네요. 하하.”



경기 성남의 피나클골프디자인 사무실에서 만난 김병국 대표는 자신이 설계한 도면을 회의실 책상 위에 펼쳐 보였다. 검정과 빨간색의 곡선이 빼곡하게 그려진 A2 용지 크기의 종이 몇 장을 맞대니 18홀 골프장의 설계 도면이 완성됐다.

1970년생인 김 대표는 1996년부터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골프코스 설계 일만 하면서 여전히 일이 즐겁다고 했다. 피나클골프디자인을 창립한 건 2022년 초. 토목 설계를 하던 친구와 의기투합해 창업했다.

“2022년 2월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어요. 직장 생활도 만족스러웠지만 제 이름을 걸고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또 지금 아니면 독립이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에서 ‘더 늦기 전에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었죠. 마침 뜻이 잘 맞는 친구가 있어서 함께 창업했어요. 회사명인 피나클(pinacle)은 영어로 산의 꼭대기라는 뜻인데, 골프장 설계 업계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피나클골프디자인은 골프장의 부지 타당성과 사업 방향 검토 등 개발 컨설팅부터 인허가, 코스 설계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독립한 지 만 3년이 지난 지금 김 대표는 회사 창업에 대해 살면서 제일 잘한 결정이라고 했다. 그는 “매년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5명의 직원과 함께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압박감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12개 정도 있고 공사가 진행 중인 골프장도 2곳이 있어서 어느 정도 안정감을 가지고 일에 더 집중하고 있다”면서 “현재는 저희가 설계를 맡은 남한강 에스파크 리조트의 시범 라운드를 3개월 정도 앞두고 있고 홍천 블루컬리넌도 한창 공사 중이어서 매주 현장 공사 상황 등을 살피느라 바쁘다. 아마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피나클의 더 많은 결과물이 나올 예정이라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김병국 대표 설계로 10월 시범라운드를 앞둔 남한강 에스파크 리조트 조감도.김병국 대표 설계로 10월 시범라운드를 앞둔 남한강 에스파크 리조트 조감도.


김 대표가 처음부터 골프 설계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어릴 때 꿈은 미술 교사. 사범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그런데 졸업 후 골프장 설계 회사에서 미술 전공자를 뽑는다는 친구의 소개를 받고 입사하면서 이쪽 분야 일을 시작했다. “골프라는 종목도, 골프 용어도 입사 후 처음 접했다”는 그는 “당시 코스 설계가는 대부분이 토목학과 출신들이었다. 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에 용어도 생소했고 회사에 들어간 뒤 정말 A부터 Z까지 많이 혼나면서 배웠다. 그래도 지금까지 프로젝트매니저(PM)로서는 20곳 넘는 골프장을 맡아 탄생시켰으니 뿌듯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외국과 비교해 한국의 골프 설계가들이 겪는 아쉬움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워낙 큰 부지를 설계하다 보니 도면에 다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코스의 구체적인 형상에 대한 조형 감리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변경해야 프로젝트의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지요. 그런데 사업주와 계약을 맺을 때 외국 설계자와는 조형 감리가 필수로 들어가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비용이 조금 더 든다는 이유 때문이죠. 또 외국 설계가들은 자신의 셰이퍼(Shaper · 코스의 표면을 고르거나 벙커 조형 등을 하는 작업자)를 쓸 수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문화적인 차이일 텐데 우리나라도 이런 부분이 개선됐으면 좋겠습니다.”

김 대표는 서울경제 한국 10대 골프장 선정위원으로 2022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골프 설계 업계 사람들만 접하다가 선정위원 활동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도 많다고 한다. 그는 “여러 분야의 많은 분들을 뵙게 되면서 스스로 부족한 부분도 느끼고 늘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또 골프장을 선정하는 다른 단체들과 달리 선정위원들끼리 라운드 후 골프장에 대해 평가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들이 자주 마련돼 이 위원회 활동에 진심으로 임하게 된다”며 “선정위원 활동은 제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18문 18답

-구력은?

“20년 조금 넘음.”

-평균 타수

“90타 정도.”

-월 평균 라운드 수

“3회 안팎.”

-보유 골프 회원권

“없음.”

-평소 코스를 평가할 때 우선으로 삼는 기준

“홀별 다양성과 샷 밸류, 그린 스피드, 홀과 조경 계획의 조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국내 골프장



“코스 전체 경관과 암반 노출의 조화가 탁월한 휘슬링락(강원 춘천), 한옥의 아름다움과 홀별 샷 밸류가 뛰어난 라비에벨 올드코스(강원 춘천), 다도해의 해안 절경이 멋들어진 파인비치(전남 해남),”

관련기사



-가장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골프장

“한국의 전통미를 느낄 수 있는 라비에벨 올드코스, 독특한 활주로형 레이아웃과 분화구 형태의 벙커가 이색적인 코스모스 링스(전남 영암).”

-나의 베스트 파3 홀은

“예쁜 정자와 암반이 어우러진 라비에벨 올드코스 인코스 3번 홀.”

-나의 베스트 파4 홀은

“골퍼의 기량에 따라 다양한 공략 루트를 제공하는 경기 이천 사우스스프링스의 레이크 9번 홀.”

-나의 베스트 파5홀은

“마지막 홀이 승부처로서 뛰어난 기능을 가진 제주 클럽 나인브릿지 하이랜드 9번 홀.”

-외국에 소개할 만한 한국 골프장만의 자랑은

“한국 산악지형의 특징으로 인해 산악형, 평지형, 밸리형 등의 콘셉트를 적용한 전략적 홀들이 많다. 이런 코스들은 다이내믹하며 조경계획을 통해 사계절 아름다운 경관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한국의 골프장 문화 중 이어져야 할 것과 없어져야 할 것은

“남녀노소 다양한 계층이 즐기는 스포츠로 발전하고 있어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여전히 비싼 이용료와 불충분한 잔디 관리 문제는 개선돼야 할 것이다. 골퍼들의 비매너 행동도 사라졌으면 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골퍼들이 꼭 갖추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매너, 에티켓은

“단정한 복장, 디봇 및 벙커 정리, 적당한 수준의 내기 골프, 다른 팀을 배려하는 경기 진행.”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동반자의 모습은?

“동반자에 대한 배려심이 있고 골프를 즐길 줄 아는 사람.”

-가장 좋아하는 골프선수는

“최경주, 박인비.”

-좋아하는 골프 금언은

“많은 비기너들이 스윙의 기본을 이해하기도 전에 스코어를 따지려 든다. 이것은 걷기도 전에 뛰려는 것과 같다.”

-골프 입문 계기는

“첫 직장이 골프 설계회사여서 입사 후 자연스럽게 시작함.”

-나에게 골프란

“비즈니스, 새로운 인연, 그리고 휴식. 적당한 긴장감과 즐거움이 담겨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존재.”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정문영 기자 사진=조태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