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독버섯 살인사건' 용의자 에린 패터슨(51)이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 법원은 8일(현지시간) 패터슨이 남편의 부모와 이모 등 3명을 살해하고, 남편의 이모부를 살해하려 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33년간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을 선고했다.
크리스토퍼 빌 판사는 판결문에서 “패터슨은 세 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이언 윌킨슨(유일한 생존자인 남편의 이모부)의 건강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혔다”며 “사랑하는 조부모를 잃은 자녀들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겼다”고 밝혔다.
이어 “당신이 아무런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는 것은 모든 피해자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다"며 “범죄의 심각성은 최고 형량을 선고할 만한 근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사건은 2023년 7월 말 발생했다. 당시 별거 중이던 패터슨은 남편의 부모와 이모, 이모부 등 4명을 자택으로 초대해 다진 쇠고기와 버섯이 들어간 요리를 대접했다. 식사 후 귀가한 이들은 모두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했고, 남편의 부모와 이모는 일주일 만에 숨졌다. 이모부 윌킨슨만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음식에 세계적으로 독버섯 사망 사례의 약 90%를 차지하는 맹독성 ‘알광대버섯’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났다. 남편도 초대받았으나 참석하지 않아 화를 면했다.
패터슨 측은 “독버섯인 줄 모르고 요리에 넣은 사고”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패터슨이 사람마다 다른 접시에 음식을 담아 자신은 독버섯이 든 음식을 피하도록 했다는 점을 들어 고의성을 인정했다.
또 경찰은 압수한 그의 PC에서 사건 1년 전 알광대버섯 자생지를 안내하는 웹사이트를 열람한 기록을 발견했다. 더불어 패터슨은 당시 “암 진단을 받았다”며 친척들을 초대했으나, 실제로는 그런 진단을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존자인 윌킨슨은 선고 이후 법정 밖에서 “일이 잘못될 때 우리의 회복을 도울 수 있는 좋은 사람들, 서비스,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며 “우리의 삶과 우리 공동체의 삶은 타인의 친절에 달려 있다. 나는 모든 사람이 서로에게 친절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도와 응원 메시지로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 호주 전역과 세계의 많은 분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재판 내내 호주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법원은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TV 카메라의 법정 출입을 허용, 선고 장면을 생중계했다. 이는 호주 법원 역사상 이례적인 조치다.
현재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책과 다큐멘터리, 드라마 제작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