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심상치 않다. 제수용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과일과 축산물 가격이 연일 뛰어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 "차례상 차리기가 겁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수산물 유통정보망 '카미스(KAMIS)'집계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홍로 사과(10개) 평균 소매가는 2만 9041원으로, 개당 3000원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2만 5563원)보다 13.6% 비쌌고, 평년치(2만 8015원)보다도 3.6% 높았다. 도매시장 거래 가격 역시 10kg당 6만 9437원으로 전년 대비 17% 치솟았다.
배 값도 크게 올랐다. 지난달 18일 기준 신고배(상품) 평균 소매가는 3만 8225원으로, 전년(3만 119원)보다 26.9%나 뛰었고 평년가(3만 2577원)보다도 17% 이상 비쌌다.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15kg짜리 배 역시 5만 1006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44% 폭등했다.
복숭아도 상승세를 탔다. 지난 8일 백도 상품(10개) 평균 소매가격은 2만 3847원으로 전달 대비 6% 넘게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 5920원)보다는 낮지만 불과 며칠 전보다 13% 가까이 급등하며 강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과일 가격이 치솟은 주된 이유는 폭염 때문이다. 이상 고온으로 생육이 늦어지면서 출하가 지연됐고 공급량이 줄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껑충 뛴 것이다. 특히 추석을 앞둔 제수용 수요까지 겹치면서 높은 가격대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축산물 사정도 다르지 않다. 여름철 폭염으로 돼지 폐사가 급증하면서 돼지고기 값이 크게 올랐다.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돼지 도매가격은 kg당 660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544원)보다 19% 비쌌다. 평년 5000원 초반대였던 가격과 비교하면 1000원 이상 오른 셈이다.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삼겹살 값도 눈에 띄게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삼겹살(100g)은 2935원으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인 6월 1일(2609원) 대비 12.5% 상승했다.
행정안전부는 5월 20일부터 지난 7일까지 폐사한 가축이 188만 마리를 넘었다고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 많은 수치다. 이 가운데 돼지 폐사만 14만 마리에 달했다. 실제 7월 도축 두수는 전년 대비 5.1% 줄었고, 8월 역시 2.9% 감소했다. 9월 역시 사육 마릿수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여 도매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성수품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점검회의에서 "추석이 내수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농식품 안정 공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전 국민이 풍성하고 안전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