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日최초 女총리 임박…다카이치 자민당 총재선거 勝

1차 1위→결선도 유지 고이즈미에 勝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한일 갈등 불씨

28일 방일 트럼프와 정상회담 전망돼

일본 자민당 총재에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EPA연합뉴스일본 자민당 총재에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EPA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후임을 뽑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승리해 일본 최초 여성 총리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955년 자민당 창당 이후 여성이 총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총재 선거에서는 다카이치를 포함해 4명의 여성 의원이 입후보했지만 모두 패배했다.

다카이치는 4일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누르고 총재직을 거머쥐었다. 이날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183표(의원 64표, 당원당우 119표), 고이즈미 164표(의원 80표, 당원당우 84표), 하야시 134표(의원 72표, 당원당우 62표) 등의 순으로 집계됐으나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상위 2명인 다카이치와 고이즈미가 결선에 올랐다.

이날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183표(의원 64표, 당원당우 119표), 고이즈미 164표(의원 80표, 당원당우 84표), 하야시 134표(의원 72표, 당원당우 62표) 등의 순으로 집계됐으나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상위 2명인 다카이치와 고이즈미가 결선에 올랐다. 다카이치는 결선에서도 의원표 149표, 광역지자체 36표 등 총 185표를 얻어 156표(의원 145표, 광역지자체 11표)를 받은 고이즈미를 제치고 최종 승리를 확정지었다. 다카이치는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 1차를 1위로 통과했지만 결선에서 이시바 총리에 역전패한 바있다.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는 중의원(하원)·참의원(상원) 의원 295명이 1인 1표를 행사하는 국회의원 표, 전국의 당원·당우 투표를 의원 표와 동수로 환산한 수치를 합산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표를 얻은 후보가 없을 경우 1위와 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르는데 결선에서는 국회의원 295표와 광역지방자치단체 별로 1표씩을 부여한 47표의 당원·당우표로 치러져 의원 비중이 커진다.

다카이치는 선거 결과 발표 직후 “다양한 정책을 속도감 있게 실행하고, 많은 분들의 불안을 희망으로 바꾸도록 노력하겠다”며 당 재건과 국익을 위한 활동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카이치는 이달 15일 예정된 국회 총리 지명선거를 거쳐 일본 총리에 오른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총재가 총리직을 맡게 되지만, 현재 자민당은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절대 의석수는 각 당 가운데 가장 많아 야권이 단일 후보를 내지 않는 이상 새 총재가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올해 64세인 다카이치는 대학 졸업 후 정치인 양성기관인 '마쓰시타 정경숙'을 다녔다. 이후 TV 프로그램 진행자를 거쳐 1993년 처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세습 남성이 많은 일본 정계에서 '유리천장'을 깬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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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총리가 처음 집권했던 2006년 내각부 특명담당대신으로 입각했고, 아베 전 총리가 2012년 재집권하자 자민당 요직인 정무조사회장을 맡았다. 이어 총무상, 경제안보담당상 등을 지냈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는 개헌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재정 정책에 찬성하는 등 아베 전 총리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자세를 보여 왔다.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는 보수층 인기를 발판 삼아 당원 투표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총리로 취임할 경우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계속해서 참배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과도한 우익 성향을 우려한 의원들이 이탈하면서 결선에서 이시바 총리에 역전패했다. 당시 당내 일부 의원들이 한국, 중국과 외교 갈등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거에서는 집권 시 야스쿠니신사 참배 여부에 대해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고 모호한 입장을 내놓으며 실점 방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카이치는 이번 선거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자위대 존재를 명기하고, 긴급사태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보 정책에선 ‘전수방위’를 넘어서는 반격능력 확보와 방위비 GDP 2% 이상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경제 분야에선 물가 상승과 임금 정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장의 과실을 지방으로 확산시키겠다’며 기업 이전 세제 지원책을 강조했다. 금융정책에 대해서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견해를 드러내며 완화적 기조를 중시했다.

외국인·이민 정책을 두고는 ‘반 외국인 정서’를 부추겨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카이치는 규칙을 어기거나 사회적 불안을 일으키는 외국인에 대해 강경 대응을 약속하며 출입국 관리와 불법 취업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참의원 선거에서 약진한 극우 성향 참정당의 ‘일본인 퍼스트’ 담론에 대응한 행보로, 보수층 결집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배외주의 확산과 산업 인력 부족 심화라는 부작용 우려도 나온다.

다카이치 내각 출범 시 야스쿠니 신사 문제는 한일관계의 최대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 기간에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외교 문제로 비화될 일은 없다”며 외교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겠다는 생각을 나타냈지만, ‘실점 방어’를 위한 모호한 입장 표명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차기 총리가 역사 문제 등으로 한국 측을 자극하는 듯한 언동을 하면 한국 정부는 여론 탓에 어려운 대응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며 “(한일관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특히 다카이치는 선거 토론회에서 시마네현이 개최하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날’에 차관급 대신 장관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해 이 같은 우려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미·중 갈등 속 안보·경제 협력 필요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한일관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카이치가 총리 지명선거까지 통과하면 여소야대 국면 해소를 위한 야당과의 연대가 현실적인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자민·공명 연립이 제1당이긴 하지만 법안과 예산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려면 야권 일부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연정 확대나 정책별 협력 채널 구축은 다카이치 내각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전인 오는 27∼29일께 일본을 방문하는 일정을 양국 정부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일 정상회담은 28일 열릴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북한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 피해자 가족과 면담하는 일정도 조율하고 있다. 양국 정상회담에는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가 아니라 새 총리가 참석하게 된다.

[속보]日자민당 총재 선거 다카이치-고이즈미 결선투표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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