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입주한 서울 강동구 상일동 대단지 아파트 ‘고덕 아르테온(4066가구)’ 입주자들이 결국 단지 내부로 이어지는 곳곳에 펜스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공공보행로로 개방해왔으나 타 단지 입주민 등 외부인들이 단지에 들어와 공중예절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외부인들이 단지 내에 들어와 음식을 먹거나 반려동물과 산책하면서 배설물이 버려지 있는 등의 문제였다. 특히 올해 여름 인근 ‘고덕자이’와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에 사는 학생들이 공공보행로를 통해 ‘고덕 아르테온’ 지하 주차장에 들어와 소화기를 난사하고 장면을 촬영하면서 펜스 설치 논의의 도화선이 됐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고덕 아르테온’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의결에 따라 지난달 29일부터 보안시설 설치행위허가 신청 동의 투표가 진행됐고 찬성표가 과반수를 차지하며 펜스 설치가 가결됐다. 입대의 측은 단지 입주민들의 안전 강화를 위해 스크린도어 등 보안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자동문은 19곳, 펜스 2곳, 차도문+자동문 2곳, 차도문+주물문 5곳, 볼라드 1곳 등 총 29곳이다.
이에 지도에서 고덕아르테온 남쪽에 위치한 고덕센트럴아이파크, 고덕자이,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등의 단지 주민들은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그동안 아르테온 단지 내 공공보행로를 통해 상일동역은 물론 주변 편의시설을 이용해 왔으나 펜스가 설치되면 아르테온 단지 밖으로 둘러가야 해서 도보 시간이 현재보다 5분 이상 더 소요되기 때문이다.
호갱노노 커뮤티니와 각종 부동산 게시판에는 타 단지 사람들을 중심으로 “출근시간만이라도 펜스를 열어달라”거나 “아르테온을 제외한 나머지 세개 단지 입주민들이 뭉쳐서 타 단지 사람들의 이용에 유리한 방향으로 펜스를 치게 해야한다”는 글이 연거푸 올라오고 있다. 재건축 전부터 고덕·상일동 단지는 하나였는데 이번 일로 분열되면 장기적으로 좋을 것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아울러 애초에 재건축 당시 공공보행로 개방을 조건으로 재건축이 승인났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하지만 ‘고덕 아르테온’ 입주자들의 펜스를 치겠다는 생각은 굳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테온 입주자들은 입주민의 사생활 보호 문제와 안전문제, 공공보행로 개방으로 인해 발생하는 관리 비용 부담 문제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아르테온 입주민들은 공공보행로 땅이 기부채납지가 아닌 사유지라는 점도 명확히 주장하고 있다.
아르테온 입주자들이 단지에 펜스를 설치하는 것과 관련해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조치는 과태료 부과뿐이다. 과태료를 최대 1000만 원까지 부과할 수 있지만 선례 등을 살펴보면 100만~200만 원 선이다. 과태료는 한 번 부과하면 또다시 내라고 할 수 없다. 이후엔 ‘펜스를 철거하라’는 권고밖에 할 수 없다.
이번 아르테온 단지 펜스 설치 논란은 삶의 질 뿐만 아니라 집값과도 연결되는 문제라고 인근 중개업소 대표들은 입을 모은다. 상일동 인근 A중개업소 대표는 “아르테온 단지에 펜스가 쳐져 공공보행로가 차단될 경우, 인근 센자베(고덕센트럴아이파크, 고덕자이,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단지는 지하철역 접근성이 나빠져 앞으로 선호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가격 차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고덕아르테온 전용 59㎡는 17억 5000만 원에 거래됐으나, 고덕자이 전용 59㎡는 16억 5000만 원에 거래돼 1억 원 가량 차이가 난다. 고덕센트럴아이파크는 지난달 24일 15억 5000만 원에 거래돼 역시 아르테온 같은 면적에 비해 실거래가가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