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이 그룹 창립 73주년을 맞아 향후 목표로 ‘글로벌 1위’를 제시하며 방산·조선·에너지·기계 등 핵심 사업에서 세계 최고로 올라서기 위한 원천 기술 확보를 강조했다.
김 회장은 9일 창립 기념사를 통해 “우리의 목표는 이제 글로벌 선두”라며 “국가대표 기업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각 분야의 선두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조선·방산 분야의 성공 경험과 노하우를 한화그룹 전체로 확산시켜야 한다”며 “냉철한 국제 정세 판단, 신속한 네트워크 구축, 대담한 현지 진출을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독려했다.
한화그룹은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으로 부상했으며 방산 분야에서는 유럽·호주·중동 등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수출 확대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성과로 한화그룹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은 이달 초 125조 원을 넘으며 재계 6위로 자리매김했다.
김 회장은 방산·조선·에너지·기계 등 핵심 사업에서 새로운 원천 기술 확보를 강하게 주문했다. 인공지능(AI) 방산 기술과 무인기 센서 및 첨단 항공엔진, 초고효율 신재생에너지 등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해 압도적 경쟁력을 갖춰야 미래를 계속 리드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후발 주자가 선도자로 올라서는 첩경은 새로운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과 헌신이 있어야 원천 기술에 다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73년 전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신념으로 창립된 한화그룹이 이제 국가 간 협상의 중추 역할을 하는 시가총액 100조 원 기업으로 우뚝 섰다”며 “신중한 판단과 과감한 행동의 균형이 사업 성공의 요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주하는 습성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며 “달라진 위상과 평가에 젖어 관행을 답습하는 순간이 바로 위기의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중국 전국시대의 역사서 전국책 진책편의 ‘행백리자 반구십(行百里者 半九十)’을 인용하며 “아직 갈 길이 멀다. 백리 가는 길에 구십리를 절반으로 아는 자세로 한화의 100년, 20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끝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행동이 따라간다”면서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확고한 기준을 세워 안전 설비와 공정을 끊임없이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화가 한화 가족 모두의 꿈을 키우고 실현시키는 보금자리가 되길 바란다”면서 “임직원 모두가 한화의 현재이자 미래이고, 주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