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지젤 펠리코 성폭행 사건’의 피고인 50명 중 가운데 유일하게 항소했던 남성이 오히려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스 남부 가르 항소법원은 이날 지젤 펠리코(72)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후사메티 도간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간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1심보다 1년 가중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도간은 2019년 6월 말 지젤의 전 남편인 도미니크 펠리코에게 제안을 받고 약물에 취해 의식을 잃은 지젤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도간은 항소심에서 “당시 피해자가 약물에 취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도미니크의 지배적 성향에 휘둘렸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아울러 “성적 행위는 있었지만 성폭행 의도는 없었다”며 “지젤을 존중한다”고 진술했으나 재판부는 “피해자의 동의 없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라며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법정에 출석한 지젤은 도간의 주장에 대해 “내가 언제 당신에게 동의했느냐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라. 비겁함 뒤에 숨지 말라”고 일갈했다.
이번 사건은 프랑스에서 역대 최대 규모 성폭행 사건이다. 도간 외에도 지젤의 전남편 도미니크 펠리코와 공모한 49명이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도미니크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아내에게 몰래 약물을 투여해 의식을 잃게 한 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모집한 남성들에게 지젤을 성폭행하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에서는 소방관, 트럭 운전사, 군인, 경비원 등 다양한 직업군의 남성들이 피고인으로 등장했다.
지젤은 지난해 9월인 1심 재판 도중 피고인들의 변호인이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비공개 재판을 요구하자 재판부에 피고인 50명의 신원을 전부 공개 해달라고 요청했다. 프랑스 사법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의 요청은 받아들여졌고 재판 장면은 TV로 생중계됐다. 당시 지젤은 "부끄러움은 피해자가 아닌 피고인들 몫이어야 한다"는 법정에서 밝히며 전 세계 여성들의 연대를 이끌었다.
이후 지젤은 프랑스 사회의 ‘용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올해 3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25년 올해의 여성’에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 7월 14일 프랑스 혁명기념일에는 최고 권위의 국가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기사) 훈장을 받았다.
프랑스 언론은 “이번 항소심 판결은 피해자 중심 사법 정의가 확립되는 계기”라며 “도간의 항소는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던 시도로 끝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