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6일의 기다림이었다. 마지막 우승 후 106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좀처럼 닿지 않던 트로피가 마침내 김세영(32)의 손에 들어왔다. 오랜 시간 이어진 우승 갈증이 한 번에 씻긴 순간, 김세영은 수많은 고국 팬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 속에 그토록 바랐던 우승의 기쁨을 환한 미소와 함께 만끽했다.
김세영이 19일 전남 해남의 파인비치 골프링크스(파72)에서 끝난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30만 달러) 정상에 우뚝 섰다.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쳐 최종 합계 24언더파 264타를 적어낸 그는 2위 하타오카 나사(20언더파·일본)를 4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우승 상금 34만 5000달러(약 4억 9155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첫날부터 내리 단독 선두를 달린 끝에 이뤄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2020년 11월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통산 12승을 거둔 후 5년 간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던 김세영은 고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을 선언했다. 그의 우승으로 올 시즌 LPGA 투어 한국 군단의 합작 승수는 6승으로 늘었다. 앞서 한국 선수들은 김아림의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 우승을 시작으로 김효주(3월 포드 챔피언십), 유해란(5월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 임진희·이소미(2인 1조 대회인 다우 챔피언십), 황유민(10월 롯데 챔피언십)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바지를 입은 채 4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김세영의 초반 흐름은 좋지 않았다. 3번 홀(파3)에서 첫 보기를 범하며 주춤했다. 하지만 2015년에 LPGA 투어에 진출해 12승을 쌓은 베테랑의 저력은 위기 속에서 빛을 발했다. 5번(파4)부터 9번 홀(파4)까지 5개 홀에서 4타를 줄이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한때 2타 차까지 좁혀졌던 2위권 선수들과의 격차를 벌렸다.
김세영은 후반 들어 불어 닥친 강한 바람에도 굳건했다. 14번(파4)과 바다를 건너 티샷을 날리는 15번 홀(파3)에서 연속으로 버디 퍼트를 떨어뜨리며 우승을 예감했다. 이후 3개 홀을 모두 파로 마무리 한 김세영은 동료들의 축하 물세례를 받으며 활짝 웃었다.
김세영은 “항상 고국의 가족들 앞에서 우승하는 것을 꿈꿨는데 10년 만에 이루게 돼 정말 기쁘다. 이렇게 고국 팬들에게 우승으로 좋은 기운을 드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랜 시간 우승을 거두지 못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신인의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면서 “쉽지 않았지만 점점 나아지는 걸 느꼈고 결국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이번 우승을 시작으로 더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2017년 투어에 데뷔해 통산 6승을 쌓은 하타오카는 최종 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김세영을 끝까지 추격했지만 결국 4타 차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김아림이 18언더파를 적어 셀린 부티에(프랑스)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최혜진과 안나린이 공동 7위(16언더파), 김효주는 이소미, 교포 선수 이민지(호주)와 함께 공동 10위(15언더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