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증시 부양 정책 기대감으로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3800선마저 돌파했다. 3500 고지를 넘어선 지 불과 7거래일 만이다. 하지만 증시 상승 흐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종목에 국한되면서 대부분 종목은 증시 훈풍을 체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5.80(1.76%)포인트 오른 3814.69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는 3200에서 3400까지 44거래일이 소요됐는데 레벨이 높아질수록 가속도가 붙은 모습이다.
미국 신용 리스크가 완화한 가운데 실적 기대감 등으로 반도체 종목들의 상승세가 지속됐다. SK하이닉스는 4.30% 오른 48만 5500원으로 시가총액 350조 원을 처음 돌파했다. 삼성전자도 0.2% 오른 9만 81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4거래일 연속 올랐다. 증시 부양 정책 기대감으로 증권업(10.6%), 금융업(3.3%)도 크게 반등했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종목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유가증권시장 대표 종목 200개로 구성된 ‘코스피 200 지수’는 9월 이후 24.45% 올랐는데 해당 기간 이보다 더 좋은 수익률을 거둔 종목은 22개뿐이다. 나머지 178개는 수익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69개는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체감할 수 있는 종목은 일부에 그쳤다.
시가총액 가중 방식인 ‘KODEX 200 상장지수펀드(ETF)’가 9월 이후 24.31% 오르는 동안 ‘KODEX 200동일가중 ETF’가 6.88% 상승에 그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일가중 ETF는 일반적인 시가총액 가중 방식과 달리 구성 종목 200개마다 각각 0.5%씩 비중으로 담은 상품이다. 같은 종목을 담고도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은 그만큼 대형주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는 근거다.
증권가는 반도체 중심의 시장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내년 코스피 지수의 기대 수익률을 15.4%로 예상하면서 반도체 기대 수익률(8.7%)이 나머지 수익률(6.6%)보다 높은 것으로 예상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2016~2018년 반도체 이익 구간의 주가수익률 90%를 고려하면 추가 상승 여력은 27% 정도”라며 “이를 반영하면 반도체만으로도 코스피 지수는 9% 오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