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동산 취득세 부담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가격에 따라 1~3%가 기본세율이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가 추가로 주택을 매입할 경우 최대 12%까지 중과되면서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거래세 구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취득세율이 보유 주택 수와 지역 규제 여부에 따라 1%에서 12%까지 요동치는 ‘난수표 과세’라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불합리한 과세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21일 본지 분석 결과 현행 체계에서 서울의 20억 원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물어야 하는 세금은 6000만 원이다. 하지만 5억 원의 아파트 3채를 매입한다고 가정하면 납부해야 할 취득세는 1억 500만 원으로 치솟게 된다. 자산 가치보다 가구 수 중심으로 세금을 매기다 보니 역전이 벌어진 셈이다.
우리나라 주택 취득세율은 크게 나눠 두 개 축으로 차등 적용된다. 6억 원 이하 주택에는 세율 1%가 적용되지만 6억~9억 원 사이에서는 1~3%, 9억 원 초과는 3%가 기본이다. 여기에 다주택자의 경우 조정대상지역이면 2주택에는 8%, 3주택 이상에는 12%가 적용된다. 같은 5억 원짜리 주택이라도 지역과 보유 수에 따라 1%에서 12%까지 세율이 뛰는 구조다.
세율 자체도 전 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주(州)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1% 안팎에서 취득세가 결정된다. 일본의 취득세도 등록세를 포함해 5~6% 수준으로 최대 12%인 우리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 이렇다 보니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거래세 부담은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2022년 한국의 부동산 거래세 비중은 GDP 대비 1.01%로 호주(1.39%) 다음으로 가장 높고 OECD 평균(0.49%)의 두 배를 넘어섰다. 주요국인 스페인이 0.92%, 영국 0.56%, 독일 0.44%, 일본 0.07%에 불과하다. 총조세 대비 거래세 비중도 한국이 4.26%로 OECD 평균(1.86%)의 2.3배 수준에 달해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았다. OECD 다수 국가는 거래세 대신 보유세 중심의 과세 체계를 택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거래세 의존도가 높아 시장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OECD도 2023년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회원국들에 취득세 등 부동산 거래세 부담을 낮추고, 보유세 중심으로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높은 거래세는 주거 이동성을 떨어뜨리고 노동 이동과 경제 효율성을 저해해 결과적으로 주택 시장 왜곡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한 것이다. OECD는 “거래세는 주택 매매를 억제해 노동 이동성과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거래세 비중을 낮추고 정기적인 보유세 중심으로 과세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의 부동산 세제 구조가 거래세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시장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가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한국 부동산세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의 부동산 부유세 실효세율은 0.17%로 OECD 15개국 평균(0.30%)보다 낮지만 거래세 부담은 GDP 대비 1.75%로 OECD 평균(0.44%)의 4배에 달한다고 봤다. 보고서에서는 “거래세 증가는 매매 비용을 높여 기존 주택 보유자의 매도를 억제하고 시장 유동성을 떨어뜨려 가격 불안을 키운다”고 분석하며 거래세 인하와 다주택 규제 중심의 처방에서 벗어난 구조적 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한국이 보유세보다 거래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2011년 등록세와 통합되며 복잡해진 세율 체계가 해마다 정책 목적에 따라 바뀌면서 세제 일관성, 예측 가능성 모두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 취득 유형, 가격, 지역, 납세자 유형, 보유 수 기준이 얽히면서 주택 유상 취득에만 200개 이상의 세율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 납세자 혼란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주택 유상 취득 세율을 단일 비례 세율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또한 보유 주택 수 중심의 과세 기준을 폐지하고 자산 가액 중심으로 전환하면 30억 원 고가 주택 보유자보다 5억 원 주택 여러 채를 가진 다주택자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역진적 과세’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지나치게 높은 취득세가 매물 잠김 현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보유세 부담이 큰 비싼 집을 내놓고 갈아타기를 하고 싶어도 거래세 부담 때문에 사실상 매매가 막힌다는 것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보유세가 올라서 보유를 하는 데 부담이 된다면 집을 팔고 싶을 수도 있는데, 내 집을 팔고 다른 집을 사고 싶어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면 차라리 보유하겠다고 생각해서 매물 잠김 현상이 계속 있을 수밖에 없다”며 “거래 비용이 높으니까 입지가 좋은 지역들은 계속 매물이 나오지 않아서 공급이 안 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