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민관인 대한출판문화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고소전이 결국 파열음을 냈다. 오는 4월 중순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국제도서전에 별개의 주체로 참석하기로 한 것이다. 문체부는 갈등 해소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체부는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오는 8~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제61회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 참가한다고 4일 밝혔다. 문체부는 출판진흥원에 예산 3억 원을 지원해 이번 도서전에 한국전시관으로서 ‘작가홍보관’과 ‘수출상담관’을 마련하기로 했다.
앞서 출판협회도 볼로냐 도서전에 참석한다며 출판 회원사 참여로 독자적인 홍보관을 세우겠다고 발표했었다. 이에 따라 도서전에 들어서는 한국 관련 전시관은 2주체, 3부스가 될 전망이다.
문체부는 전임 박보균 장관 시절이던 지난해 8월 출협이 주관하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 정산이 잘못됐다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더욱이 박 장관은 “출판계 이권 카르텔”까지 언급하면서 이들을 압박했었다. 이에 출협이 명예훼손으로 문체부 담당자를 고소하면서 양측의 골이 깊어졌다.
이후 수익금 정산과 수사 등이 끝날 때까지 출판협회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이 중단됐고 이것이 이번 해외 도서전 각자 출전으로 이어진 것이다. 문체부는 지난해까진 출협에 볼로냐 도서전의 한국관 예산 2억 원을 지원했었다. 올해는 대신 이 자금이 출판진흥원을 통해 집행된 셈이다. 덩달아 올해 가을에 진행될 ‘서울국제도서전’ 예산도 지원 중단된 상태다.
문체부 측은 “올해는 (출협 관련)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재정산 문제도 있어 출협에 예산을 직접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출판진흥원에 집행하는 예산으로 작가를 더 많이 소개하고 위탁받은 도서의 홍보 및 비즈니스 매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K북이 모처럼 해외에서 주목받는 가운데 이 같은 문체부와 출협의 대립각은 출판계 안팎의 우려를 낳고 있다. 고소전 이후 지난해 11월 중동의 아랍에미리트 샤르자에서 진행된 ‘샤르자국제도서전’에는 이미 진행된 계획에 따라 공동 부스를 운영했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던 바 있다.
또 유인촌 장관 취임 후 지난 3월 14일 가진 ‘출판계 현장 간담회’에도 핵심인 윤철호 출판협회 회장은 불참했었다. 대신 출협은 당일 입장문에서 “(문체부가) 진정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문체부는 이날 올해 이탈리아와의 수교 140주년을 맞은 것을 반영해 볼로냐 도서전 참가 규모를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작가홍보관에서는 경혜원, 노인경 등 아동작가 15명의 대표작 67종을 전시한다. 올해 아동문학계 노벨상인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이금이와 경혜원·김상근·김지안·노인정·오세나 등 작가 6명은 북토크와 체험 행사에도 참여한다.
또 수출상담관에서는 이금이를 비롯해 올해 ‘볼로냐 라가치상’ 우수상을 받은 최연주, 서현 등 작가 3명의 대표작을 전시한다. 최연주의 ‘모 이야기’ 등 국내 출판사 36곳이 위탁한 도서 100종에 대한 수출 상담을 진행한다. 올해는 수출 상담 전 도서 정보가 수록된 영문 초록 소개집을 해외 구매자들에게 미리 배포한다. 출판 수출 경험이 많은 전문 통역 인력을 배치해 출판사의 프로모션을 돕는다.
앞서 지난 1일 출판협회도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볼로냐 도서전에서 출판사 32곳이 참여하는 한국관을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출협은 “이번 참가사는 작년 대비 6곳이 늘어난 숫자”라며 “이번 볼로냐아동도서전 참가를 통해 한국 아동 도서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출판진흥원을 통해 도서전에 나가는 36개 출판사와, 출판협회를 통해 나온 32개 출판사 가운데 12곳은 같은 출판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 담당자는 “출협 부스에선 출판사들이 출간한 책에 대한 기업간거래(B2B)를 한다면 출판진흥원이 만든 공간은 작가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중심”이라고 해명했다.
문체부는 K북 플랫폼 예산을 포함한 출판계 해외 진출 지원 예산을 지난해 68억원에서 올해 78억원으로 14.7% 늘렸다. 또 출판단체와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해외진출협의체’를 구성해 정책 사업을 마련하고 예산 확대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혜진·최수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