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회계법인인 KPMG가 6일 회계감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M&A, 구조조정 자문 등 세계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법률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굴지 회계법인이 전세계 법률 서비스 시장을 포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앞으로 글로벌 회계감사 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 90년대 대형 회계법인들은 고유업무인 회계 감사 외에 M&A, 기업구조조정 관련 법률 서비스 등 부가적인 기업 컨설팅으로 사업 분야를 확대해 왔었다. 그러나 엔론 사태 등 회계 부정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회계법인이 기업 감시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해당 기업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업 비리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높았고 이에 따라 KPMG가 신뢰 회복을 위해 `총대`를 메고 나온 것이다.
이번 KPMG 선언은 미 당국의 기업 규제 강화에 따른 대응적 차원인 측면도 있지만 미국내법이 미치지 않는 60개국 현지 법인으로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클린`이미지를 부각, 회계 시장을 선도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되고 있다.
마이크 레이크 KPMG 회장은 이날 “회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이해갈등(conflict of interst)의 소지가 있는 법률서비스 네트워크를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공의 신뢰 확보를 위해 PwC 등 굴지 대형 회계법인들도 잇따라 법률 서비스 분야를 분사 내지 포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딜로이트는 정부의 규제 환경이 엄격해지면서 법률 서비스 부문을 분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PwC도 일부 법률 자문 활동을 포기한 상태다.
지금까지 대형 회계법인은 일반 법률회사의 법률 자문서비스에부터 맥킨지 등 컨설팅 기업의 구조조정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백화점식 영업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회계 감사를 받는 기업들도 주주 및 투자가들의 신뢰 제고를 위해 감사 회계법인으로부터 경영 컨설팅, 법률 자문 등을 꺼리고 있는 추세여서 회계 법인 시장 업무 영역에 대대적인 구조조정 바람이 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