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부부들이 똑똑한 아기를 얻기 위해 최대 5만 달러(약 7000만 원)에 달하는 배아 유전자 검사까지 불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개방성이 높은 실리콘밸리에서는 부모들이 출생 전에 자녀의 지능을 선택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하는데 도덕적 딜레마에 시달리지 않는다”며 이같이 전했다.
신생기업 ‘뉴클리어스 게노믹스’와 ‘헤라사이트’는 체외수정을 위해 사용할 배아를 선택하는 데 유전자 검사 기반 IQ 예측을 제공하고 있다. 뉴클리어스는 약 6000달러(약 830만 원), 헤라사이트는 최대 5만 달러의 비용이 줄지만 수요가 많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실리콘밸리의 난임 스타트업 ‘오키드헬스’에서 배아 유전체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오키드헬스는 배아에서 채취한 5개 세포만으로 전체 유전체를 분석하고 1200여개의 단일유전자 질환과 조현병·알츠하이머·비만 등 다유전성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고 아이를 선별해 낳을 수 있게 도와준다고 주장한다. 또한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일부 커플에 지능 관련 서비스도 비공식적으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스타트업의 검사 비용은 배아 하나당 2500달러, 체외인공수정(IVF) 1회 평균 비용은 2만 달러(28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배아의 IQ 측정의 정확도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의 샤이 카르미 부교수는 “부모들이 예측된 IQ로 배아들의 순위를 매길 경우 무작위로 선택하는 것에 비해 평균적으로 IQ 3에서 4점을 높일 수 있다”며 “이 정도의 차이가 아이를 신동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하버드 통계유전학자 구세프는 “가장 높은 IQ라고 생각하는 배아를 선택한다면, 동시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위험이 가장 높은 배아를 무의식적으로 선택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배아 선택에 앞서 똑똑한 배우자를 고르는 것도 실리콘밸리의 관심사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똑똑한 파트너’를 찾아주는 전문중매업자가 성업하고 있다. 최대 50만 달러(약 7억 원)의 수수료를 받는 중매업자 제니퍼 도널리는 “현재 세 명의 테크 업체 CEO를 담당하고 있는데 그들 모두 아이비리그 출신을 선호한다”며 “성과가 높은 자녀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WSJ은 똑똑한 아기를 만들려는 시도는 인공지능(AI)의 탄생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배아 유전자 검사를 제공하는 ‘게노믹 프레딕션’의 공동창립자 스티븐 슈는 “일각에서는 안전한 AI를 만들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더 똑똑한 인간들이 AI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 중 일부는 더 똑똑한 인간을 만들기 위한 장기적인 우생학 프로그램에 전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