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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침체 속 빛난 ‘더코노셔’의 이례적 성공, 그 중심에 선 이현지 대표를 만나다

‘건축물이 아닌 경험을 판다’는 철학으로 자산 가치 극대화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의 여파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호텔 매각 시장은 더욱 침체된 분위기다. 최근 KT&G의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DL그룹의 메종글래드 제주호텔 매각은 아예 협상 자체가 중단되는 등 굵직한 거래마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모두가 숨죽인 이 시기에, 서울 여의도 ‘더코노셔 레지던스 호텔’은 예외였다.

지난 9월 1일, 글로벌 부동산·투자기업인 캐피탈랜드(CapitaLand)에 전격 매각된 더코노셔는 이례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으로 거래가 드물게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트리니티디앤씨의 이현지 대표가 이끌어온 ‘운영력’ 중심의 새로운 경영 모델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이현지 대표는 스위스 로잔호텔스쿨을 졸업하고 독일 디자인호텔스(Design Hotels)와 미첼베르거호텔(Michelberger Hotel)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 대표에 따르면, 당시 유럽에서 배운 호텔의 본질은 단순히 잠을 자는 ‘건축물’이 아닌, 그 공간을 통해 고객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현지 대표는 이러한 철학을 국내에 접목해 기존의 분양 중심 사업 방식과 차별화된 길을 걸어왔다.


사진설명. 트리니티디앤씨 이현지 대표 (사진제공. 트리니티디앤씨)사진설명. 트리니티디앤씨 이현지 대표 (사진제공. 트리니티디앤씨)



더코노셔 레지던스 호텔은 이러한 철학의 결정체다. 장기 체류 고객뿐 아니라 단기 비즈니스와 관광 수요까지 아우르는 복합 공간으로 기획됐다. 무인 체크인 시스템, 멤버십 라운지 ‘살롱 드 여의도’와 같은 차별화된 서비스는 물론, 코워킹 브랜드와 협업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은 숙박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트리니티디앤씨는 이러한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이 자산의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라고 판단했으며, 이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더코노셔의 성공적인 매각은 단순한 입지나 규모에만 의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이현지 대표의 ‘운영 기획력’과 ‘리스크 관리’ 역량이 시너지를 낸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이는 다른 사례들과 비교했을 때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최근 국내 호텔 시장은 대형 매물의 매각 난항이 잇따르고 있다. KT&G의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은 수많은 기관이 입찰에 참여했음에도 최종 결정까지 불확실성이 지속됐다. DL그룹의 메종글래드 제주호텔은 매각 협상이 중단되어 원점으로 돌아가며 시장 침체와 내부 갈등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롯데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물로 내놓았던 L7 홍대와 롯데호텔 시애틀 역시 각각 매각을 추진하다가 철회하거나 최종 불발되는 등 시장의 냉각된 분위기를 보여줬다. 이와 달리, 더코노셔는 기획 단계부터 가장 큰 난제였던 수분양자 명도 문제를 안정적으로 해결하며 협상 중단이나 지연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이현지 대표는 “예상되는 난제들을 미리 예측하고 해결하는 실행력이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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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례에서도 운영력의 중요성은 입증된다. 2025년 하나대체운용이 6년 만에 매각한 일본 ‘아실 삿포로’ 호텔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를 겪었으나, 적극적인 리파이낸싱과 공실 관리, 그리고 환헤지 전략을 통해 결국 40%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펀드 청산을 마쳤다. 반면, 마카오의 초호화 호텔 프로젝트였던 ‘더 13’은 당초 카지노 라이선스 취득을 목표로 했으나 실패하면서 수년간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당초 투자금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가격에 매각되는 실패 사례를 남겼다. 이처럼 체계적인 운영과 리스크 관리 역량은 위기 속에서도 자산 가치를 높이는 핵심임을 보여준다.

이현지 대표의 경영 철학은 이미 인천 영종도의 ‘더위크앤 리조트’ 성공으로 입증된 바 있다. 효율적인 운영과 차별화된 브랜드 철학을 통해 자산의 장기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모델을 정립한 것이다. 이현지 대표는 이번 사례가 단순한 성공에 그치지 않고, 국내 부동산·호텔 시장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기존의 ‘분양’ 중심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실무와 전략’을 겸비한 차세대 경영자가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트리니티디앤씨는 앞으로도 기획 단계부터 운영까지 책임지는 모델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운영 기획력이 자산 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임을 이번 사례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사진설명. 더코노셔 레지던스 호텔 외관 (사진제공. 트리니티디앤씨)사진설명. 더코노셔 레지던스 호텔 외관 (사진제공. 트리니티디앤씨)


이는 침체된 시장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앞으로는 단순한 개발 이익을 넘어, 장기적 운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는 프로젝트가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디벨로퍼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은 이현지 대표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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